<초대석> 최현석 한국수입봉형강협회 회장

등록일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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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불량?&amp;hellip; 무조건적 수입산 철근 제한 안돼
“품질가격경쟁력 갖춘 제품으로 국민신뢰 얻을 것”
 
중국산 규제입법 부작용 우려
수입 끊으면 국내업체 이윤 늘지만
분양가ㆍ세금 올라 국민부담 가중
 
품질관리ㆍ선입견 깨기 최우선
중개인 표준계약서 만들어 준수
불량 철강재 유입 가능성 차단
 
“수입산 철근을 차단하려는 철강업계의 노력은,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다만 그 방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수입산 농축수산물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정정당당하지 않고, 효과도 지속되기 어렵다. 월등한 품질ㆍ가격 경쟁력을 키워 더 좋은 제품을 파는 게 정공법이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국산 철근만 고집할 것이다.”
 
      
최근 철강업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중국산 철근에 대한 규제입법 움직임의 대척점에 선 한국수입봉형강협회의 최현석 회장(서주엔터프라이즈 대표·사진)은 이런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국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싸구려 불량품’이란 인식은 철근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가 지난 19대에 이어 20대 회기에서도 다시 입법화를 추진 중인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건설현장의 자재 품목별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면 중국산 철근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러나 철강업계가 앞세운 ‘국민 안전과 건설 품질’이란 명분의 이면에 자리한 의도를 우리 국민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게 최 회장의 믿음이다. 19대 국회에서 동일한 입법안이 폐기된 것도 같은 이유다.

최 회장은 “아파트나 건물의 입구에 중국산 철근을 썼다는 게시판을 세워 자산가치에 민감한 입주민들로 하여금 국산만 쓰도록 반강제하려는 입법이 상식적이냐. 중국산 수입이 끊기면 그 이윤은 국내 철강사들이 누리겠지만 폭등한 철근가격 부담이 더해질 분양가와 세금은 우리 국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철강사들이 내세운 국민의 안전과 품질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는 최 회장의 오랜 소신이기도 하다. 철근 수입업계가 중국 파트너사들의 제품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불량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과의 거래를 끊고 품질관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수입철근에서 불량품이 단 하나라도 나와 국민들의 중국산에 대한 선입관이 철근으로 확장되는 순간에 모두들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최 회장은 “수입철근의 불량률을 제로화해 품질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게 정공법이자, 국민들의 뇌리에 뿌리박힌 선입견을 넘어설 첩경”이라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국경이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다. 우리 철강업계도 수입산에 대해 경쟁력을 배가할 선의의 경쟁자이자, 국민의 안전ㆍ품질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고 함께 균형을 잡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산 철근 품질을 믿을 수 있나.

중국산 철근의 품질이 절대 국산에 밀리지 않는다. 우리 협회와 고객인 건설업계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한국산 철근 품질을 100%라고 가정할 때, 일본산은 110%다. 그리고 중국산은 95∼105%로 평가받는다. 국산보다 나은 제품과 열등한 제품이 혼재한다는 의미다. 중국산 철근이라면 농축수산물처럼 국산 대비 80% 미만일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실상 국산 품질을 능가하는 중국산이 많다.
     
 
 중국의 파트너 제강사들도 세계 조강순위 50위권 이내의 중대형사들이 주류다. 우리 협회가 국내 철강업계 및 단체에 공개적 품질검증을 여러 차례 제안한 것도 이런 자신감 때문이다. 아쉽게도 반응이 없다. 그래서 우리 협회 자체적으로 품질검증을 시행한 후 이달 말 결과를 공표할 계획이다. 양측이 배석한 가운데 제3의 객관적 기관에 맡기는 게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최적이지만 이렇게라도 일단 시작해서 공동의 검증이 이뤄질 토대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한가지 추가하자면 국토교통부가 한때 세종시의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철근을 3개월간 무작위로 수거해 한국건설재료공학연구소와 에스엠품질안전연구원에 의뢰해 시험한 적이 있다. 국산ㆍ중국산 모두 KS기준을 충족했고 연신율과 단위무게는 중국산이 국산보다 우수했다. 고철로 만드는 국산 철근과 달리 중국 제강사들은 천연자원인 철광석으로 직접 만드는 덕분이다. 철근 내외부 간 품질 차이가 발생하는 국내 제강사들의 수랭식과 달리 공기로 식혀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공랭식을 채택하는 것도 중국 철근의 강점이다.

△그래도 불량철근 논란이 잦다.

국산 대비 95% 품질의 일부 중국산에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맞물린 탓인 것 같다. KS인증 취소만 해도 작년 연간 30만t 생산 규모의 국내 제강사 1곳과 중국업체 1곳이 같이 받았는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쪽은 중국업체였다. 삼성의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도 중국산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래서 품질을 관리하고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게 우리 업계의 가장 큰 숙제다. 품질관리를 위한 이중삼중의 장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초에 40여 업체가 중국의 파트너인 철근 메이커 19곳에 대한 품질, 물류관리, 거래신뢰도 등을 평가했다. 5개 등급 중 최하위등급인 5곳을 수요자들에게 알리고 거래도 끊었다.

앞선 9월에는 중개인 표준계약서도 만들어 전 회원사가 준수하고 있다. 중국철근의 수입을 중개하는 중국과 국내의 중개자들에게 책임을 지도록 해 불량 철강재 유입 가능성을 이중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중개인을 통해 들여온 철근에 불량이 발생하면 해당 중개인에게 재산상 책임과 손해배상을 지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 그리고 자체적인 불량제품 및 위변조 제품 단속 및 차단 노력에 더해 엄격한 품질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과거 대한제강의 롤마크를 위변조한 제품이 나왔는데, 이것도 우리 수입업계가 가장 먼저 적발해 철강협회 등에 통보했다. KS기준을 강화하거나 대외무역법상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는 입법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왔고 우리가 입법 필요성을 먼저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업계 노력에 더해 국토교통부, 기술표준원, 감사원 등 정부도 KS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무역법령상 원산지 표지 여부에 대한 고강도조사를 수시로 벌이고 있다.

 
      
△원산지표시제나 ‘바이코리아법’ 어떻게 보나.

솔직히 안타깝다.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철강산업이 아직도 ‘바이코리아’란 슬로건 아래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해야 할 처지인지, 그리고 아파트에 중국산 철근을 썼다는 낙인을 찍어 매출을 올려야 할 정도로 절박한 지 답답한 면도 있다.
 
게다가 철근은 위변조가 쉬운 농축수산물이나 의류와 다르다. 1∼1.5m 간격으로 중국산이란 표시를 양각한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가공업체도 이미 고객의 것인 철근을 위변조해 얻을 실익이 없다.

이들 입법안이 진정으로 국민 안전과 품질을 위한 것이라면 100% 찬성하겠지만 그렇게 보기 어렵다. 매출이익을 늘리기 위한 마녀사냥식 주홍글씨 새기기일 뿐이다. 통상마찰 우려도 크고 철강업계를 위한 길도 아니다.
 
수입산에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댈수록 국산품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수입산은 단련된다. 국경이 허물어진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국산은 좋고 수입산은 나쁘다’거나 ‘수출하면 애국이고 수입하면 매국이다’라는 선입관을 털어버려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철강공장이 밀집된 지역구만 볼 게 아니라 국민과 산업을 위해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우리 업계도 수입철근을 무한정 늘릴 생각은 없다. 국민과 경제를 위한 바람직한 길도 아니다. 그래서 적정 수입량을 책정하고 범업계 차원에서 지킬 방법을 고심 중이다. 수입산 철근의 시장 내 비중은 현 수준을 조금 상회하는 15∼20%가 적정하다고 본다.
 
무분별한 수입 근절방안도 제안할 계획이다. 일례로 입고되는 수입산 철강재를 보세창고에서 시험설비를 갖춘 업체 주도 아래 전수로 조사해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정 검사설비를 갖춘 업체에 한해 허가제로 운용하면 무분별한 수입을 막고 실명제로 품질을 지켜 국민들이 걱정하는 안전ㆍ품질 우려를 털어낼 수 있다.
 
△건설ㆍ철강이 어렵다. 후배들에게 한마디한다면.

대학졸업 후 처음 입사한 회사부터 옮긴 회사까지 줄줄이 부도가 나서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지켜봤고 나도 같은 신세였다. 특히 주택경기가 치솟았다가 꺼지는 지금은 당시와 비슷하고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들었다.
 
재직 당시에는 퇴직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언젠가부터 당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자고 결심했다. 당시에 하고 있던 자재 업무와 과거 대학시절에 관심이 많았던 중국을 연계한 창업을 준비했고 지금 철강수입업계 대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나도 해냈다. 후배들이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한다. 구조조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자기가 좋아하고 정성을 들여온 분야을 접목해 고민하면 활로가 보일 것이다. 다만 열정과 노력은 기본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6일 이상 출근해 밤 늦게까지 일하고 고민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김국진기자 jinny@ 사진 안윤수기자 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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