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망-철근] “불확실성과의 승부”

등록일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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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했던 정점, 상식 깬 호황에도 아쉬움 컸다
- 수요 감소 우려 속 관성 조절·리스크 관리 절실
2018-01-02 08:20  l  정호근 기자 (jhg@steelnsteel.co.kr)
 
지난해 철근 시장은 호황의 정점을 찍었다. 사상 최대 수요를 기반으로 수급과 가격 모두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절정의 호황은 새롭게 전개될 올 한해 시장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7년 만의 수요 감소가 예견되는 2018년의 판단이 중요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익숙해졌던 호황의 관성 조절과 전환기의 리스크 관리 또한 필수 요건이 됐다. [편집자 주]


■ 2017년 회고 : “상식 깬 호황, 아쉬움 컸다”

지난해 철근 시장은 많은 상식을 깼다. 본지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전망주체가 입을 모았던 수요 감소 예측이 깨졌다. 월간·연간 사상 최대 판매기록의 경신과 최장기간의 품귀시장,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오르내렸던 가격 등 수급과 가격 전반의 시장흐름이 빗나갔다.

100만톤 가까운 수요 감소가 예측됐던 2017년의 전망은 연초부터 흔들렸다. 최근 년도 호황을 크게 웃도는 수요가 연초부터 쏟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제강사 내수판매가 100만톤을 넘어섰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월 100만톤 판매는 이후 넉 달(3월~6월)이나 지속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하반기 수요 역시 다양한 불안요소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고공비행을 지속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수입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내 철근 가격의 강세와 불확실한 수익구조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적극적인 수요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국내산 대비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던 가격구조가 지속되면서 수입 감소와 구도변화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7년 철근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장기 재고부족이었다. 국내 7대 철근 제강사의 연평균 보유재고는 17만톤 선으로 전년 대비 10만톤이나 낮은 수위를 기록했다. 연중 월말 보유재고가 20만톤을 넘어섰던 구간이 석 달(1월,2월,8월)에 불과할 정도였다. 시세나 거래심리와 별개로, 철근 재고부족은 연중 대부분 지속됐다.

 
 
 
 
 
◇ 스틸데일리DB
 

철근 수요는 6년을 이어온 증가세의 정점을 찍었다. 2017년 철근 수요는 1,220만톤으로 전년 대비 5.0%(58만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제강사 내수판매는 1,110만톤으로 7.8%(80만톤) 늘어난 반면, 수입은 110만톤으로 16.7%(22만톤) 감소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은 수입산을 대체한 국내산 철근으로 기울었다.

길었던 공급부족과 원부자재 가격폭등 여건에서 철근 가격 상승은 당연했다. 2017년 건설향 평균 기준가격은 톤당 64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7만2,000원 높았다. 국내산과 중국산 1차 유통가격은 톤당 63만2,000원, 60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만2,000원, 14만8,000원 높았다.

2017년의 재고부족과 수입산 저가매력 저하를 반영한 가격구조도 뚜렷했다. 국내산 철근의 기준가-유통가 평균 가격차는 톤당 1만원에 불과해 전년의 5만원에서 크게 축소됐다. 국내산-중국산 유통가격차 또한 톤당 2만9,000원으로 전년 6만5,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8년 전망 : 불안한 수요, 상·하반기 격차 ‘주목’

철근 시장의 관심은 또 한 번 수요에 쏠려 있다. 7년 만의 수요 감소에 이견이 없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수요 감소 구간의 진입시점과 구체적인 예측이 어려운 수요 감소폭, 불편하게 맞물릴 가격흐름 등 불안한 관심사로 가득하다.

철근 호황을 견인했던 아파트 분양 등 건설시장 선행지표는 대부분 2015년과 2016년을 정점으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과도하게 집중됐던 아파트 분양물량의 소진과 본격적인 수요 감소 체감 시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이 주택건설 시장의 냉각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 또한 2018년의 부담이다.

철근 제강사가 전망2018년도 수요는 1,063만톤으로 전년 대비 12.9%(157만톤) 줄어든 규모다. 이 가운데 제강사 내수판매와 수입은 964만톤, 99만톤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2%, 10.0% 감소할 것으로 봤다.

줄이기 힘든 판매목표는 수요전망과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7대 철근 제강사는 2018년 판매목표를 1,042만톤으로 세웠다. 동일한 사업계획에 반영했던 내수판매 964만톤에 비해 78만톤이나 많은 양을 목표로 잡았다. 수요전망과 판매목표의 격차인 78만톤이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여야 하는 격전지인 셈이다.

 
 
◇ 스틸데일리DB
 

가격에 대한 견해는 수요보다 크게 엇갈렸다. 그만큼 유동적인 상황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철근 제강사가 전망2018년 철근 가격은 톤당 66만1,000원(62만원~68만5,000원)으로, 지난해 기준가격이나 유통가격에 비해 2만원~3만원 가량 높았다.

하락 전망은 수요 감소와 판매 부담으로 저가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설득력으로 삼았다. 상승 전망은 가장 큰 연동요소인 원부자재 가격이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를 뒀다.

철근 제강사는 2018년 철근 시장의 상·하반기 수요변화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상반기까지는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반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수요 감소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동안 제강사를 압박했던 공정위 조사의 결과와 그로 인한 가격시스템 변화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2017년 시장의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원부자재 가격 변동. 중국 철근 가격과 수출 경쟁력 회복 여부 등도 주목할 변수로 제시했다.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공 실수요 트렌드의 지속여부와 수익성 확보 방안 등도 올 한해의 고민으로 조명됐다.

2018년 철근 시장은 어느 때 보다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이 뚜렷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수급과 가격의 흐름 또한 밀접하게 연동할 것이라는 설득력도 높다. 예측불가 변수들이 쏟아졌던 시장을 두고, 누구도 장담할 수 있는 전망은 없다. 다만, 변동성이 커진 시장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시황 리스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올 한해의 필수 덕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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